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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46번째 글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두꺼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냥 비 오는 날 마당 구석에서 한 번씩 마주치는, 좀 징그럽고 거슬리는 동물이라는 인식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녀석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뭔가가 달라졌다. 마흔 여섯 번째 글을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게 그 증거다.
오늘 쓰려는 주제는 '생태 통로'다. 두꺼비가 길을 건널 수 없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그걸 막으려는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관련 자료를 파고들수록 이건 단순히 동물 보호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도로가 생기면서 끊어진 자연의 길을 어떻게 다시 이어붙이느냐는 꽤 복잡한 공학 문제이기도 하다.
번식기, 그 이상한 고집에 대하여

참두꺼비가 봄마다 자기가 태어난 물가로 돌아온다는 걸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좀 뭉클했다. 연어가 강으로 돌아오는 건 많이들 알아도, 두꺼비가 그런다는 건 나도 몰랐으니까. 그것도 GPS도 없이, 아스팔트 도로 한가운데를 기어서...
직접 관찰해보고 싶어서 이른 봄 저수지 근처를 몇 번 찾아갔다. 해가 지고 나서야 움직이는 녀석들이라 손전등 하나 들고 나갔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도로 가장자리를 천천히 훑다 보니 낙엽처럼 뭔가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한 마리, 두 마리...
어느 순간 열 마리가 넘는 두꺼비가 같은 방향으로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묘해서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바라봤다. 어딜 그렇게 가는 걸까. 저 작은 몸이 도대체 무슨 기억을 품고 있는 걸까.
손전등 불빛에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묵묵하게 걷는다. 느리지만 분명히 어딜 향해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남는다.
문제는 도로였다
그렇게 몇 번 관찰을 다니다 보니 자꾸 마음이 불편해졌다. 두꺼비가 이동하는 루트 중간에 어김없이 도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수지로 가는 길 바로 앞에 4차선 도로가 뚫려 있었고, 로드킬 흔적이 줄줄이였다. 처음 그걸 봤을 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이제는 못 지나치게 됐다.
자료를 더 뒤져보니, 이 문제가 단순히 차에 치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도로 때문에 한쪽 집단과 다른 쪽 집단이 완전히 분리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유전적으로 서로 비슷한 개체끼리만 번식하게 된다.
전문 용어로는 근친교배 약세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개체군 전체가 점점 약해진다는 얘기다. 로드킬이 한 마리를 죽인다면, 서식지 단절은 한 집단 전체를 서서히 지워가는 것이다.
생태 통로라는 해답, 그런데 쉽지 않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생태 통로다. 도로 밑으로 터널을 뚫어서 두꺼비가 안전하게 건너게 해주는 것. 처음 들었을 때는 '아, 이미 해결책이 있구나' 싶었는데, 공부를 더 하다 보니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우선 터널 안이 너무 건조하면 안 된다. 두꺼비는 피부로 숨을 쉬는 것과 다름없어서, 바닥이 콘크리트로 노출돼 있거나 통풍이 강하면 이동 중에 그냥 탈수로 쓰러져버린다. 그래서 설계 기준에 따르면 바닥에는 자연 토사와 점토층을 깔아야 하고, 습도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폭도 최소 1미터, 높이도 0.5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안이 너무 캄캄해도 안 되고, 반대로 조명을 설치해도 안 된다. 두꺼비가 가진 야간 시각이 인공 불빛에 완전히 망가지기 때문이다. 터널 위에 미세한 틈을 만들어 달빛 정도의 조도가 들어오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 알아두면 좋은 생태 통로 설계 기준
| 설계 항목 | 필수 규격 및 기준 | 설계 목적 (이유) |
|---|---|---|
| 터널 크기 | 폭 1.0m 이상 / 높이 0.5m 이상 | 양서류 이동 가시성 확보 및 폐쇄공포 방지 |
| 바닥 내부 재질 | 자연 토사 및 점토층 배치 | 콘크리트 노출로 인한 탈수 및 쓰러짐 방지 |
| 양측 유도벽 | 높이 0.4m 이상 / 경사각 60도 이상 | 기어오르기 잘하는 두꺼비의 도로 진입 차단 |
| 내부 조도(빛) | 인공 조명 금지 (상부 미세 틈새 달빛 활용) | 야간 시각 파괴 방지 및 자연스러운 진입 유도 |
그런데 더 골치 아픈 건 따로 있다. 잘 설계된 통로도 실제로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이유를 들여다보면 황당하기도 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대형 트럭의 진동이 콘크리트를 타고 터널 안으로 그대로 전달되는데, 두꺼비는 뼈와 구강으로 그 진동을 감지한다.
즉, 터널 안에 들어서는 순간 온몸으로 '위험 신호'가 쏟아지는 셈이다. 그러면 들어갔다가도 도로 쪽으로 돌아서 나와버린다. 설계자가 그 감각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아무리 공을 들인 통로여도 그냥 비어있는 콘크리트 관으로 남는다.
현장은 훨씬 더 복잡하다
자료를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지점이 있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생태 통로 설치가 조건으로 붙더라도, 예산 편성 단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결국 규격에 한참 못 미치는 일반 배수 수로관이 생태 통로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비가 오면 급류가 되고, 비가 안 오면 콘크리트에서 배어 나온 화학 물질이 고이는 그 관을 두꺼비가 통과한다? 그냥 죽으러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실무자들이 하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생태 통로는 완공 직후가 아니라, 준공 후 최소 3년 동안 번식기 때마다 실제로 두꺼비가 통과했는지 데이터로 확인해야 비로소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고. 그 말이 맞다. 그런데 그 모니터링을 실제로 하는 사업은 얼마나 될까. 잘 모르겠다.
IoT가 두꺼비를 구할 수 있을까
요즘 이 분야에서 나오는 대안 중 가장 흥미로웠던 건 '스마트 미세 기후 제어 시스템'이다. 터널 안에 온습도 센서를 심어놓고, 습도가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바닥 살수 장치가 켜지는 방식. 압전 센서를 깔아서 어떤 동물이 몇 마리나 통과했는지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적외선 카메라까지 연동하면 아예 개체를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처음엔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인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이미 도로 곳곳에 CCTV와 센서가 붙어 있는 시대다. 두꺼비 터널에 IoT를 붙이는 게 그렇게 과한 얘기는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이걸 안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46번째 글을 마치며 — 두꺼비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이 주제로 50번 글을 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냥 조금 신기했고, 조금 이상한 동물이었고, 자꾸 더 알고 싶어졌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오늘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든 감각은 답답함이었다. 해결책은 알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자꾸 엉뚱한 이유로 안 된다는 이야기들. 그 사이 어딘가의 도로 위에서 오늘 밤도 두꺼비 몇 마리가 저수지를 향해 기어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두꺼비가 궁금해서 이 블로그까지 찾아온 분들에게 한 마디 드리고 싶다. 두꺼비가 나타나는 계절이 되면, 한 번만 더 천천히 봐줬으면 한다. 손전등 들고 저수지 근처를 살짝 걸어보거나, 아니면 그냥 도로 가장자리에서 그 느린 발걸음을 한 번만 더 눈에 담아봤으면 한다. 뭔가를 바꾸겠다는 의지 같은 거 없어도 된다. 그냥 보기만 해도 된다. 알게 되면 달라지는 게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두꺼비는 길을 잃지 않는다. 다만 길이 사라졌을 뿐이다."
우리가 그 길을 돌려줄 수 있다면, 조금은 갚는 셈이 되지 않을까.